프로필사진

IOION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OION의 티스토리 블로그입니다. WEB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타로점과 사주점을 칩니다. Claude ai를 구독하고 그를 통해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관련 포스팅들이 올라옵니다. 다른 에세이나 일기 등의 글은 주로 투비로그 쪽에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사이트에서도 저와 제 작업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재/일기

아는 애가 한강이 보고 싶다고 했다

IOION 2016. 5. 16. 21:37
그래서 한강에 갔다. 마포역에서 내려서 길을 물어봐 걸었다. 그게 마포대교였는지 성수대교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리였다. 난간에 자살방지 메시지들이 쓰여있었다. 연인들의 이름도 있었다. 내 이름의 어떤 남자가 예쁜 애인과 왔다 간 것 같았다. 한강물은 너무 가까운 데서 봐서 그런지 더러웠지만 그래도 예뻤다. 같이 간 애가 자긴 빠져죽어도 1급수에 빠져죽을 거라고 했고 난 빠져죽을 수 있는 1급수는 수영장 물 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락스물이니까 1급수는 안되겠다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어제는 판타지소설 이드를 읽었다. 한번 다 읽고 다시 읽는 거라 중간부터 빼서 읽었다. 폐업하는 대여점에서 사왔기 때문에 전권이 집에 있다. 한 세권 좀 모자라게 읽었다. 여태까지 사 놓고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에는 여유가 넘치다 못해 터져나올 것이고 나는 이보다 더 보잘것 없을 수 없는 소시민이 될 것이다.

아니아니 내가 제대로 생각한 걸까.
다시 생각하고 생각을 고쳐먹을까.
난 소시민으로 태어났기에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뭘 하든간에 달라지는 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살았다, 나름. 어디에도 그런 나를 받아줄 곳은 없다. 원체 어리석은 탓에 한계가 거기까지였는지 싶다. 친구도 유머도 하다못해 학벌도 돈도 내겐 없다. 아니야, 없는 것만 말하지 말자. 나는 나름의 세상을 보는 눈을 길렀다. 나 같은 정도 정말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하지만... 노력한 만큼 보상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중학교때에는 인디음악과 눈뜨고 코베인이 진심으로 좋았다. 나를 줘 버리고 싶었다. 그런 심정이었기에 의무만 요구하는 세계관 속에 함몰된 나 자신을 어느 정도 끌어낼 수 있었다.

지금은 별로 좋지 않다.
지금의 나는 컬러가 없다.
없는데 있는 척 하고 있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연필을 모았지만 연필에 미련 없다.
서점을 가고 책을 읽는 것 따위 큰 흥미가 없다.
이 사람들 저 사람들을 킁킁거리며 다양한 방식의 광기를 맡아내던 것도 이제는 식상하고 그게 ㄲㅇㄱ에 이르면 짜증까지 난다.
설령 문방구를 구경한다고 해도 작은 사치를 가체험하는 거라든가 안정되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기타를 배우고 싶지 않다.
노래부르는 것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내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나를 좋아하는 건 차이가 있다 ㅡ 그건 뭘 해도 차이가 있어 영영 불가능하겠지만.

선우의 절차를 밟는 걸까.
비겁한 축출절차를 펼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지배 하의 세상에서 영혼의 숨을 꺼뜨리기로 내 무의식은 결정한 걸까.

굳이 살아있는 대신에 지불해야 하는 것을 추리고 있는 중인가.

고민해 봤자 이미 늦었다.
물은 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클리포트를 지향하는 사람에 대해 오늘은 생각했다. 8대 미의식이 있는 만큼 같은 방식으로 8대 추의식 또한 있을 거라고, 인간의 성격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누군가는 지극히 추하게 옷을 차려입듯이 누군가는 일그러지고 얼크러진 성격으로 발달하자고 마음 먹을 거라고.

아니 사실 그것은 그 생각이라기 보다는
발달하지 않는 것의 생각이었다.

칼이 두 자루가 있다.
각각 따로 휘두르거나 양손에 칼을 들 수도 있지만 그냥 놓아버릴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건 발달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

사실 열심히 해야 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 곁에서 열심히 하면 같이 열심히 하게 되고 누군가 곁에서 죽어가면 같이 죽어가는 거다.

사실 살아있어야 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부릴 수록 힘들어 진다.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는 마음을 억눌러야 하니까.

이런 글을 읽으면 날 반박하거나 화가 나는 사람들도 있겠지. 나는 잘못되었다기보단 다르다. 그 사람들은 살아가려는 자기 자신의 결정과 추진에 내가 거슬리니까 거부하기 위해 화가 나는 것이다. 아무튼 뭐 좋다. 내게도 당신들이 거슬린다. 내가 죽겠다는 것이 아니며 살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니고 내가 하는 생각의 근거를 하나하나 들어야 하는 수고를 공짜로 요구할 것이므로 거슬린다.

이래서 내가 말을 안 하고 산다.
내 방식대로의 적당함. 어때?
반응형

'서재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면 난 요즘 계속 감정적으로 안 좋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 2016.06.06
우울과 지성 사이 어딘가.  (0) 2016.05.26
나는 왜  (0) 2016.05.06
기분  (0) 2016.05.04
다시 무기력증  (0)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