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 읽은 책에서 삶은 본디 그 자체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의미라는 건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삶을 살아간다는 건 자발적 유희라고 했는데 그 말에 따르면 나는 프로게이머 정도 되려나? 그 말을 이해했고 받아들였음에도 여전히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게 즐겁고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멈추고 싶지 않다. 한심한 모습이려나. Anyway, 이야기가 좋다, 그것도 네 삶이 지금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캐묻는 게 좋다. 인터팔에서 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했더니 자긴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고 그런 걸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더라. 나도 이런 내가 굳이 정상이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 놈이 그런 말을 하든 말든 내버려뒀지만은 약간은 억울한 심정. 내가 너무 좀 심각하게 소탈하긴 하지. 깜악귀는 사생활은 지루하다고 했지만은 나는 그런 게 좋아. 어쩔 수가 없어.
그런 이야기를 관계에서 꺼내놓는다는 건 급격히 친근해지고 싶을 때 쓰는 자기개방의 방법에 해당한다. 백과사전에서 봤다. 하지만 이건 잘 꺼내놓으면 친근해지고 잘못 꺼내놓으면 오히려 부담감과 불필요한 마찰을 조장하는 그런 것이다. 나는, 자기개방을 쉽게 하기도 하고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오늘 그런 쪽으로 관계를 만들어 보려다 말았다. 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비록 전 애인과 속 이야기 교류가 없어서 헤어졌긴 하지만 새 애인에게 속 이야기를 교류하자고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내가 너무 그런 사람이고 오랫동안 그런 게 없어서 너무너무 바라고 있긴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을 거야. 남들 다 하는 방법대로, 사회적인 암묵적인 규정 같은 거 전부 다 지키면서 만나고 싶어.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서히 친해진다. 사실은… 억지로 친해지려는 듯한 자기개방 이제는 좀 싫어. 그런 거 영영 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어.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브로콜리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中-
내 곁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있다고는 해도 진짜 관계라기 보다는 따가운 햇살을 바로 맞지는 않게 도와주는 그림자 몇이 내 곁을 방패처럼 두르고 있었다, 타인의 접근 또한 막으면서, 라고 하면 설명이 되나. 다소 폭력적일 만큼 강하게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나 자신을 과도히 낮추면서 심각한 양의 자기개방을 만들어 냈다. 그럴 때의 나는 정말 습관적으로 진실하지도 않은 자기개방들을…마구 날려대었어. 그런 건 싫어. 그런 건 이제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