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주는 느낌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상상해 보면 어딘가 딱딱하면서 약간은 사려깊은?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지만 내맘 같진 않겠지. 어디선가 읽었는데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하려는 태도는 광기의 발현이라든가 뭐 그랬는데. 좀 뜨끔했다. 세상이 나를 찔러대는 적이 많다면 내가 찔릴 데가 많은 건지 세상이 뾰족뾰족한 건지. 특별히 신념이랄 게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건 그래야 한다고 굳게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긋나는 것들에는 상당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건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도 별반 다르지 않게 이어졌고 안타깝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정도를 벗어난 내 자신의 과거마저도 학대하듯 강박적으로 떠올리고 그때마다 나를 강하게 괴롭혀댄다. 이 정도가 덜해진 때도 있었고 최근은 좀 덜해진 편이기도 하지만 이건 만성적인 버릇이라 지금이 지나가면 또 살아나겠지. 꿈을 꿨다. 꿈 내용은 내가 어떤 게임을 클리어하려고 개고생을 했지만 나중에 보니 그냥 조금만 더 가볍게 생각하고 살짝만 우회하면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는 것. 내게 옳고 그름과 관련된 강박적인 사고가 있다는 것이 의식 위로 부상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에 대한 꿈 같았다. 문제를 반드시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는 우회해라.
지금 생각이 난 건데 내게는 그 문제 말고도(문제 투성이군) 열정이 일어났다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사그러드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도 '내가 ~를 좋아한다.'라는 것을 너무 정면으로 마주보았기 때문일까? 사람마다 모순이 있고 적절한 모순이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식 표면으로는 "내게는 아무 모순도 없어."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겠지. 그럼 나는 어떠나. 친구에게서 "이 모순된 자야, 물세례를 맞아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모순된 자'라는 말을 틈틈히 아주 잘 써먹고 있다. 모순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를 잘 긍정하는 편이지만, 내가 딱히 아니 전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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