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사진

IOION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OION의 티스토리 블로그입니다. WEB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타로점과 사주점을 칩니다. Claude ai를 구독하고 그를 통해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관련 포스팅들이 올라옵니다. 다른 에세이나 일기 등의 글은 주로 투비로그 쪽에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사이트에서도 저와 제 작업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재/일기

인간은, 아니 나는, 왜 일을 싫어하는가.

IOION 2018. 6. 21. 21:38
일을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일이고 생활이다.
그것을 토대로 살아있음이 구성되는 것이고 익숙해져서 하고 있다보면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보람도 주고 별로 그것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도 별로 없는 것.

그런데 나는 미친듯이 하기가 싫다.
무슨 일이고 한달 한달이 고통이고 점점 하기 싫어져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린다.

왜 하기가 싫을까.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내 일이라는 것, 알고 있다.
오히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름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을 한다는 감각이 익숙해지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왜 하기가 싫으냐고.

매일매일이 똑같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나? 역시 도파민 과다분비자라 매일매일이 확연히 다르기를 꿈꾸나?

한심하다. 미쳐버릴 것 같다. 자습은 커녕 일과시간조차도 엉망이면 어쩌자는 거야. 커피를 들어부어보고 음악을 틀어봐도 점점 심해진다. 야 이 게으름뱅이야. 순응하고 싶다. 그냥 흘러가는 것에 몸을 맞추고 싶다. 매일 성실하고 매일 관성에 맞추어 따라가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평범한 미래는 굿바이다.

성실이라고 이름붙이지 않아도 성실할 순 없나? 난 이걸 원하지 않았다는 마음의 소리를 이젠 그만 지워버려야 한다. 갈데는 없다. 갈 데가 없단 말이다. 돈은 벌어야 하고. 이것 안 하면 하층민 아르바이트 생활을 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알지 않나. 갈데가 없다는 것 알고 있다.

평범하기가 무지막지하게 힘들다. 다들 어떻게 사는 거지. 난 너무 힘들다. 힘들어 죽어버릴 것 같다. 일 자체가 그렇게까지 성향에 안 맞고 고통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성향에 안 맞는 부분 찾기가 더 힘들 지경이다.

아침에 제 시간에 가면, 너무 지겹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난다. 내게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 같고 하기 싫은 일만 잔뜩 쌓여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더더 익숙해져야겠지. 이 고비만 넘기면 익숙해진다. 이 고비만 넘기면 별로 싫지 않게 된다, 잘 하게 된다, 주문을 외워야겠지.

무책임하다는 것은 감각의 문제다. 나에게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를 느껴보는 것. 자기 일에 책임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느껴지면 책임감이 있는 것이다. 책임을 가볍게 느끼는 일은 무서운 일이다. 스스로를 방종하고 방종해서 닳고 닳았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닳아버린 책임감은 돌아오지 않는다. 함부로 산 인생은 결국 온갖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반응형

'서재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에는 그러한 사람의 일지들이었지만  (0) 2022.06.06
나태에 대하여  (0) 2018.08.05
그냥 그런 건지 모른다.  (0) 2017.12.08
난 아프다.  (0) 2016.12.30
진정성. 여유.  (0) 20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