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직업과 안 어울리는 생김새의 심리상담사 선생님은 치켜 올라간 눈매와 염소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대신 그의 내향성과 소심함은 감정을 쉽게 담고 자꾸만 움찔거리는 그의 입매에서 알 수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6개월 전이다. 지지부진한 이 상담을 나는 6개월이나 끌어온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나요, 최한일 학생?” “아뇨, 분명히 그건 아니에요. 저는 단지…아니에요. 생각할 시간을 조금 더 주세요.” 다시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뜬금없이 한때 친구였다가 지금은 떠나간 놈을 떠올렸다. 난 사람 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는 편이야. 세 번의 기회를 어기잖아? 탈락이야. 그리고 나는 탈락 당했다. 커다란 잘못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