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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ON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OION의 티스토리 블로그입니다. WEB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타로점과 사주점을 칩니다. Claude ai를 구독하고 그를 통해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관련 포스팅들이 올라옵니다. 다른 에세이나 일기 등의 글은 주로 투비로그 쪽에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사이트에서도 저와 제 작업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게/문학 21

트윈 윈드밀 브레이커

나는 처음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직업과 안 어울리는 생김새의 심리상담사 선생님은 치켜 올라간 눈매와 염소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대신 그의 내향성과 소심함은 감정을 쉽게 담고 자꾸만 움찔거리는 그의 입매에서 알 수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6개월 전이다. 지지부진한 이 상담을 나는 6개월이나 끌어온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나요, 최한일 학생?” “아뇨, 분명히 그건 아니에요. 저는 단지…아니에요. 생각할 시간을 조금 더 주세요.” 다시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뜬금없이 한때 친구였다가 지금은 떠나간 놈을 떠올렸다. 난 사람 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는 편이야. 세 번의 기회를 어기잖아? 탈락이야. 그리고 나는 탈락 당했다. 커다란 잘못도..

가게/문학 2015.06.30

매지컬 이매지네이션 보이

한 여자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남들도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줄 알았고 더 자라서는 이것들이 귀신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귀신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이것들이 귀신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너희들은 없는 건 안 보여? 난 보이는데. 있지 않은 것도 눈에 보여. 너네는 안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없는데 어떻게 눈에 보여? 너 혹시…뭐 귀신같은 거 보는 거야?” “무서워! 어떻게 해! 선생님, 얘는 귀신이 보인대요!” 그날로 나는 유치원을 옮겨야 했고 부모님은 그제야 내가 그전부터 해 오던 헛소리의 심각성을 알아채시고 내게서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다짐을 받으셨다. 나는 거짓말의 개념에 내게 보이는 허상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

가게/문학 2015.06.28

작문과 표현 과제 내가 사랑하는 것

그녀의 사정과 사건의 전말 이 글을 쓰려고 시작하자 나는 마치 전구를 발명한 아인슈타인처럼 내 속에서 사랑을 발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게 애정과 사랑은 약간 이상한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것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의 과정이 좀 독특하다. 가장 먼저 드는 것은 저것을 사랑해야겠다는 불현 듯 한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가고 그 후부터 나는 그것에 일종의 부담감과 무게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로 나는 그것을 싫어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하고는 본의 아니게 내 감정을 부인하는 일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소소한 애정의 감정들이 부인되고 내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감정이 충분히 컸다면 그 ..

가게/문학 2015.04.01

작문과 표현 과제 나의 전성기에 대해 A4 한 페이지로 쓰시오.

시작도 끝도 없는 전성기 사람의 전성기란 것의 기준이 뭘까. 아무 거칠 것이 없었으면 그 당시의 한심함과 유치함에 대한 반성 없이 그 시절이 전성기인 걸까. 가장 개인의 자아실현에 가까운 지점을 나는 전성기라 부르고 싶다. 살면서 앞으로 걷기도 하고 때로는 뒤로 걷기도 한다. 그래도 산다는 건 나아가는 일이고 그렇게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으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려 살아왔다면 모두의 전성기는 지금이 아닐까 한다. 살아간다는 건 머리와 마음을 점점 열어 가는 일인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갈수록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이었고 좁은 시야와 좁은 가슴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해변을 걸으며 조개를 줍듯 겪어가고 만나가고 감명 받으며 하나하나씩 자기 것으로 벌어가는 거라고. 누구나 다 성장하고 있다. 나는 ..

가게/문학 2015.03.16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한 뭉치 가득 날아든 파견보호신청서 더미 중 진짜로 추정되는 것들을 추려내다가 출신지에 'Hyper-nomad'라고 흘려 쓴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그날 그걸 집어들었었다. 사실 별로 진짜일거라고는 믿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때 시간축이론이 크게 유행했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점, 선, 높이의 세 축에 기반한 3차원 인간이라고 여겨왔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은 인간은 경험적 기억을 통해 통시적으로 자신 인생을 조망할 줄 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점점 한 개인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략적으로 계획하여 그 정량을 살아내는 식으로 4차원 축을 다루는 4차원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최종적 결론이란 흔해빠진 그놈의 '성공하기 위해 이렇게 ..

가게/문학 201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