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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ON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OION의 티스토리 블로그입니다. WEB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타로점과 사주점을 칩니다. Claude ai를 구독하고 그를 통해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관련 포스팅들이 올라옵니다. 다른 에세이나 일기 등의 글은 주로 투비로그 쪽에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사이트에서도 저와 제 작업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게/문학 21

시장주의

신이 아닌 사람들에게 신성을 파는 수 밖에는 없다. 아름다운 것을 먹는다 해서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공간에 있는다 해도 세계의 표정은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민다 할지라도 육신은 바뀌지 않고 영혼은 완성되지 않는다. 호주머니가 비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신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인류 모두. 신을 꿈꾸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가게/문학 2016.09.14

산책의 알베르티

알베르티는 산책을 좋아한다. 주로 저녁식사 후 30분 정도를 늘 산책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걸었고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날만 이따금 생략했다. 옛 여자친구는 그에게 매일 똑같은 일을 할 능력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거라고 했다. 그녀는 실제보다 마음이 늘 가난한 사람이었다. 거의 대부분 우울해 했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했다. 세상의 인정이라도 받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번번히 나쁜 운으로 인해 좋지 못한 결과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그녀의 인생에는 악귀라도 씌인 모양이었다. 왠지 그녀에게는 자꾸 심한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녀는 꽤 오래 버티다가 이별을 고했다. 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라고 알베르티는 그녀와의 기억에 대해 그렇게만 마음에 남기고 나머지 자학들은 그만두었다. "이름에..

가게/문학 2016.04.05

나는 피해의식 덩어리야. 엄마가 말했다. 아니, 말하지 않았다. 소녀가 있었다, 아니,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의자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길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리석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사실이 그랬다. 모두는 아니라 할 지라도 전혀는 아닌 사람들이 계속 듣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혼자라고, 마지막에는 우주에 혼자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람의 이야기는 이내 협박, 구걸, 한탄, 분열 같은 것들이 되어갔다. 그 사람의 말도 그 사람의 진심과 멀어져갔다. 사람들은 지치고 지쳤다. 그래도 최소한의 찜찜함으로 계속 듣고 있기는 듣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결국 목을 매단 그 사..

가게/문학 2016.02.17

돌아돌아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밖에는 바람이 불었다고는 하는데 제 기억 속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집 앞을 서성이다가 핸드폰을 켜 드라마 한 편을 본 뒤 오들오들 떨며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돌아갔다고 합니다. 나는 아직, 아직도 꼿꼿이 그 자리에 있다 합니다. 어디도 가지 않고, 아니 허벅지 밑에 달려있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뿌리였다 하지요? 어느 나그네 곱게 말라갈 자신이 있다 했지요. 차갑고 파릇한 일신을 해가 들이쬐는 베란다에 널어놓습니다.

가게/문학 2015.12.27

sing a song for myself

사실 남자친구 같은 거 전혀 필요 없다. 사실 외로움 같은 거 전혀 타지 않는다. 사실 친구마저도 그닥 필요하지 않다. 너도 너도 그리고 너도. 난, 내 마음은, 항상 외친다. 나를 돌봐줘. 날 봐줘. 나를 돌봐 달라고. 이쁨받고 싶어, 귀여움받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사실 남자친구 같은 거 전혀 필요 없다. 사실 외로움 같은 거 전혀 타지 않는다. 사실 친구마저도 그닥 필요하지 않다. 아, 무슨 일이냐고? 내가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말야. 자신의 하나하나의 욕구가 모두 중요한 사람이었어. 옆에서 같이 다니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뭐 할래? 뭐 할래? 물어보면 다 아니요 아니요만 반복하는 사람이었어. 난, 내 마음은, 항상 외친다. 나를 돌봐줘. 날 봐줘. 나를 돌봐 달라고. 이쁨받고 싶어, 귀여..

가게/문학 2015.11.21

the novelized(습작)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거나 무례할 수 있는지 깜짝깜짝 놀란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때 좀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나는 역시 내 안에 파묻혀 있던 사람인 것 마냥 요즈음을 보내고 있다. 인문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것이 잘한 일 같다. 나는 반강제로라도 감각과 외향적인 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내 안에 침잠해 고립되고 어두워진다고 생각했다. 꾸역꾸역이었지만 어쨌든 시간 안에 일어났고 설령 마음은 이미 그랬을 지언정 학원에 나오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침에 걸으며 영문소설 한 단락을 읽었다. 모르는 단어를 해석하고 어색한 어순을 더듬었다. 재미있었다. 한 단락을 다 읽고나서는 읽기 싫어져서 손에 든 소설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두번 다시 읽지는 않는 사람이었는데 처음으로 책을 두 번..

가게/문학 201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