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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ON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IOION의 티스토리 블로그입니다. WEB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타로점과 사주점을 칩니다. Claude ai를 구독하고 그를 통해 학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에는 클로드 관련 포스팅들이 올라옵니다. 다른 에세이나 일기 등의 글은 주로 투비로그 쪽에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트위터 계정을 운영중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개인사이트에서도 저와 제 작업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재/일기 121

who eats my fries

처음에는 아빠처럼 되지 말라는 엄마를 의식해서 본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하는 내가 맞지도 않는 직업생활과 경제생활에 투신한다고 쓰려고 했다. 그 말의 진정성은 60% 정도. 아빠처럼 무책임하고 패배주의적이지는 말아야지 하고 충격받은 것은 나 자신이니까. 사실 이미 아빠와 난 일절 다른 사람이긴 하지만. 특유의 엄청난 게으름, 어두움, 빌붙으려는 마음 같은 것들이. 하지만 한가로우려 하는 마음을 공유하지는 않는 건지. 가능하다면 난 그 마음도 없애버리고 싶다. 물론 그것은 과한 감정이다만. 다 피곤해서 접어버리고 영혼이 되고 싶기는 하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그림이 없다. 나 스스로의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금액으로 만들..

서재/일기 2016.06.11

어쩌면 난 요즘 계속 감정적으로 안 좋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편이 없는 건 당연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마음 붙이기 힘들게 하고 별 것 아닌 것이라도 견디기 힘들게 한다. 이틀 전에 굉장히 마음이 안 좋았다. 초조하고 참을 수 없고 그랬다. 난 그 당시는 그게 진로에 대한 초조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자기 편이 없다는 건 굉장히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사람들이 다 착하고 내가 마음을 열지 못해서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을 때는 마음이 그래도 괜찮았다. 사람들이 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감정적 유대든 물질적 도움이든 기대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다. 나와 그룹이 되어 서로만 위하거나 그러지 못할 바에야 나를 아웃시켜 버린다는 게... 아니, 친구라는 건 바로 그런 거다. 나의 공명정대는 무엇을 위한 공명정대인지 모르겠다..

서재/일기 2016.06.06

우울과 지성 사이 어딘가.

우울증 말기라고 농담삼아 말해본 적 있다. 그리고 길고 진지한 위로를 들었지. 농담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할 것을.. 종종 힘들다. 오늘 같으면 상황이 전혀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정서가 축축하게 침잠한다. 내겐 희망이 없다. 꿈이 없다. 설령 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모두 결국은 평범하게 다가올 것이고 우울해질 것이라는 것을 미처 몇 발짝 내딛기도 전에 알아버린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우울이 아니다. 절제된 감성이다. 차가운 이성이고 지성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나 자신에게 투정부려서는 안된다. 우울에 살짝씩 젖어 비릿한 눈과 표정으로 일상의 시간을 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우울을 보상받겠다고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돈을 쓰고 음식을 먹고 타인에게 치대어서는 정말로 비참해져..

서재/일기 2016.05.26

아는 애가 한강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강에 갔다. 마포역에서 내려서 길을 물어봐 걸었다. 그게 마포대교였는지 성수대교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리였다. 난간에 자살방지 메시지들이 쓰여있었다. 연인들의 이름도 있었다. 내 이름의 어떤 남자가 예쁜 애인과 왔다 간 것 같았다. 한강물은 너무 가까운 데서 봐서 그런지 더러웠지만 그래도 예뻤다. 같이 간 애가 자긴 빠져죽어도 1급수에 빠져죽을 거라고 했고 난 빠져죽을 수 있는 1급수는 수영장 물 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락스물이니까 1급수는 안되겠다 싶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어제는 판타지소설 이드를 읽었다. 한번 다 읽고 다시 읽는 거라 중간부터 빼서 읽었다. 폐업하는 대여점에서 사왔기 때문에 전권이 집에 있다. 한 세권 좀 모자라게 읽었다. 여태까지 사 놓고 읽을 마음의 여유가..

서재/일기 2016.05.16

나는 왜

나는 왜 비척비척 말라갔을까. 모든 두근거림과 로맨스를 잊고 왜 살아남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살아남겠다 살아남겠다 거리며 인생을 하드보일드하게 만들었을까. 의미. 삶의 의미. 가치들. 먹고 입고 자기 위해 살아가는 것 마냥. 왜 인생에서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거하려 했을까.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생존의 행위를 넘어 더 풍부하고 심오한 삶의 이유가 있다. 진정한 본질은 의미를 창출하는 데 있다. 그런데 난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

서재/일기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