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인지적으로 그리고 삶을 꾸려가는 것에 있어서 결핍이 있었던 것이 이제야 조금씩 방향을 찾아 가는 것 같다. 삶의 질을 고유하게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만족하면서도 만족한다는 것을 몰랐다. 스스로는 늘 스스로를 한 꺼풀 덮어 속이고 있었다. 왜? 앞으로 가야 하니까? 누가 앞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무한 생산성의 굴레. 무한 눈치의 굴레. 무한 의존의 굴레.
청소년기에 그렇게까지 남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던 거라고 이제와서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런다는 건데, 이제야말로 그 연쇄를 끊어야겠다.
특히 앞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은 필요가 없다. 탈성장의 시대이니까요. 내가 그렇게 진취적인 유전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랬던 것 같았는데, 사실 반대였던 거죠.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영혼이었던 겁니다. 그럴 바에 아예 잊어버리시죠.
"욕망을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아주 세련된 분야의 지능이다."
하고 싶은 것, 이라는 게 강박속에 날아갔다. 하지만 다시 만들 수 있다. 아주 새로운 영역에? 다시 만들 수 있다. 남들이 한 적 없는 것을 추구하고, 아주 개인적인 분야를 잘 알고 필요한 것을 공급하고,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싫어하는 것도 잘 참아왔고 역겨운 것도 잘 참아왔다. 세상이 나에게 그런 것을 요구했다. 지금 만드는 수입은 그것의 대가이다. 그런 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일그러지고, 고장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느 정도 병적이 되고 불건강이 된다. 그런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그런 것들이 해소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 없는 것으로부터? 세상에 없는 것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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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자세가 어때야 할까? 정서부터, 취향부터 창조해야 할까? 자기만족적인 정서는 끔찍하고 저열한 정서이다. 특정한 복잡한 상태로 정신을 늘 유지할 것이 요구된다. 아주 섬세하고, 아주 어렵고, 아주 특수한 상태. 그건 어려운 일이고 문제의 본질과도 거리가 있다. 권장사항으로 남겨두자. 그래도 될까? 생은 아주 지루하고, 아니 지루하게 느껴지고 나는 주변인들에게 대하는 것으로서도 정체화되어 있어서 스스로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상관계는 방해요소이다.
만들..기? 만족을 창조하기. 그림을 생각한다. 나는 그림에 솔직하고 싶어했다. 옳은가? 옳지 않다.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또다른 세계를 만들고 그 세상을 대리함으로서 현재를 만족시키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투자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든지. 나는, 지금은, 초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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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분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적이기만 하다면, 사실 무엇이든 상관 없다. 그것이 문제의 알파이며 오메가이다. 솔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기만족적인 것보다 더 나은 형태로, 그리고 더 낫게 추구된다. 동시에 위선적이고 자기보호적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악의를 온 몸으로 받아내지는 말아야 욕구의 충족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에 사용되는 지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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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목표로 잡지 않는 것과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짚고 넘어간다. 극단적 절약에의 시도가 자꾸 걷어올려지는데 그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끊고 싶어한 굴레이다. 이것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무엇에 만족하고 무엇을 목표로 잡느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돈을 아예 안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생각이 계속 성장을 목표함으로 돌아간다. 끊어야 한다. 전혀 영리하지 않고 전혀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 그것을 같이 상기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이상적인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정말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특수한 존재일 것이다. 그 존재가 되기 위한 모든 행위들을 그러모아야 한다. 나의 목표는 앞서 얘기한 예리한 자아이다. 그것이 나의 초점이다. 동시에 그것이 내 내면에 잠들어있던 나 자신이다. 대상관계에 의해 덮이고 쌓이고, 자신이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않는지 알지 못하게 되었던 원인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추구한 이유는 그것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알고 있었던 이유는 내가 바로 그것을 원하는 자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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